이날 2차 토론회에 참석한 조세전문가들은 오 교수의 발제내용에 대체로 공감하는 입장을 밝힌 반면 일부 참석자들은 "법인세율 인상 논의가 불가피한 것 아니냐"는 의견을 내놓기도 했다.
성수용 김&장 법률사무소 고문(사진)은 "더욱 철저한 세원관리와 조세지출 부분에 대한 효율적 운영이 우선이며 정부는 더 늘어날 수 있는 재정수요를 위해 세율 인상 여력을 남겨두어야 한다"며 "법인세 인상은 최후의 수단이 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성실신고 유도를 통한 세원관리와 비과세·감면 등 조세지출 부분을 효율적으로 운영한다면 조세수입은 늘어날 수 있다"며 "다른 세목에서 추가적인 세수 확보 여력이 있는지 여부를 살펴보는 것을 법인세율 인상보다 우선해야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외국 의존도가 높은 우리나라는 가계부채가 굉장히 많아 어디서 터질지 모르는 뇌관이다"며 "지난 1997년 외환 위기에서도 겪었듯이 정부가 최종적으로 백업 역할을 해줘야 하는데 정부가 역할을 하기 위해서는 재정이 튼튼해야 한다. 그래서 세율 인상 여력을 남겨놓았다가 급할 때 올릴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아울러 "법인세 인상 얘기가 재정학 등 학문 쪽에서 다뤄지는 것이 바람직하지만 계속해서 정치권 이슈로 만들어 지고 있다"며 "단순히 생각하면 법인은 사람이 아니기 때문에 선택권이 없어 만만하게 보는 경향이 있는 것 같다"고 꼬집었다.
이경근 법무법인 율촌 조세자문부문장(사진)은 "영국은 미국 등 고세율 국가에 비하면 상대적으로 낮은 세율임에도 불구하고 단계적으로 법인세 인하를 시도해 지난해 20%까지 낮췄다"며 "이유는 바로 옆 나라인 아일랜드가 12.5% 법인세율로 유럽에서 제일 낮은 세율을 유지하고 있기 때문이다"라고 소개했다.
이어 "미국은 고세율을 유지하고 영국은 저세율로 갈 수밖에 없는 이유를 따져보면 미국은 시장 자체가 크고 매력적이기 때문에 높은 세율임에도 불구하고 투자하려는 외국계 기업들이 많지만 상대적으로 매력이 떨어지는 영국은 높은 세율을 유지하고 있으면 경쟁력이 없다"고 설명했다.
그는 "외국회사들도 우리나라가 이 정도 세율을 유지하고 있어 투자국 선정 시 상당한 가점이 되고 있다"며 "이런 면에서 정치권이 법인세 인상을 너무 쉽게 생각해 접근하려는 것 아닌지 우려스럽다"고 말했다.
그는 "재원 문제를 해결하려면 목적세로 거두어 다른 분야의 재원으로 활용되지 못하고 있는 교육세나 교통세 부분을 효율적으로 활용하는 방안을 생각해 볼 수 있다. 이 목적세로 거둔 세금을 정해진 목적에만 사용되도록 하고 있는 현실은 매우 비효율적이며 당장 필요한 곳에 쓸 수 있도록 제도개편을 논의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구재이 한국세무사고시회 회장(사진)은 "법인세는 이중과세 문제와 폐지론 문제에 대해 많은 얘기가 되고 있고 단일세율 부분도 부각된 상황"이라며 "하지만 재정대안을 이야기하는 자리에서 법인세의 원천적인 문제를 언급하는 것이 적절하지 묻지 않을 수가 없다"고 말했다.
구 회장은 "선진국 대부분 우리보다 법인세율이 높은데다 영국이 20% 세율로 우리보다 낮다고 하지만 과세표준이나 실효세율을 본다면 우리나라가 영국보다 과연 낮은지 여부도 분석해 볼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재정수요 충족을 위해서는 담세력이 확보된 그룹에 대한 법인세율을 조정하거나 비과세감면을 축소하는 것이 필요하다"며 "하지만 비과세감면 조정은 모든 나라에서 하는 통상적 조세정책에 불과하므로 재정확충을 위한 대안으로 삼기 힘든 측면이 있다"고 지적했다.
김창권 현대회계법인 대표(사진)는 "우리나라 조세정책은 이론이 아닌 국가가 처한 상황이나 정치인들이 표를 많이 받을 수 있는 정책으로 결정되는 경향이 짙은 것 같다. 현재 국민정서를 감안할 때 법인세 인하를 주장하는 것은 옳지 않다"고 말했다.
이어 "법인세, 소득세, 부가세가 3대 세목인데 직접세인 소득세와 법인세가 징수는 어렵지만 조세부담 형평성에는 가장 적합하다"고 전했다.또한 "징수가 편한 것은 부가세지만 조세역진성에 대한 부담이 많고 상속세 등의 세목들은 손질을 한다 해도 큰 효과를 내지 못할 것 같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여러 측면을 고려할 때 현실적으로 법인세율을 정상화(사실상의 인상) 시키는 방향이 적합하다고 생각된다"고 강조했다.
김갑순 동국대학교 교수(사진)는 "기업을 경영하는 입장에서는 법인세가 올라가거나 또는 낮아지는 환경 변화에 따라 의사결정 상황은 달라진다"며 "법인세율 높낮이 조정에 대한 논의가 누구를 위한 것인지 그리고 (인상 또는 인하될 경우)세금의 전가 문제를 어떻게 풀 것인지도 고려해야 할 부분"이라고 말했다.
김 교수는 "이론적으로 법인세를 올리지 말아야 한다는 것이 기본적인 생각이지만 정치적으로 법인세를 인상해야 한다는 주장이 있고 국민들 대다수가 동의하는 상황이 온다면 법인세는 일종의 이중과세 측면이 있다는 것을 상기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라고 지적했다.
이창호 효성그룹 재무본부 상무(사진)는 "(기업현장의)실무적 측면에서 보면 현재 기업들은 법인세율이 '어떻게 바뀔까'가 큰 관심사다"라며 "우리나라의 실효세율을 연구하면 15% 정도 수준이며 국가별로 보면 우리나라가 중간정도 수준인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 상무는 "기업들이 투자할 때는 진출하려는 국가의 법인세 실효세율이 몇 %인지가 굉장히 중요한 문제인데 (지금 상황을 놓고 볼때)우리나라의 법인세율이 장기적으로 인상되는 방향으로 가는 것 같다"며 기업 현장의 분위기를 전했다.
박춘호 기획재정부 법인세제과장(사진)은 "조세제도가 변할 경우 국민들이 체감하는 효과는 크기 때문에 신중하게 접근해야 한다"는 의견을 내놓았다. 박 과장은 사견임을 전제로 "지난해 연말정산 대란을 보면서 '국민들의 주머니는 함부로 건드리면 안된다'는 것을 느꼈다"며 "아무리 좋은 명분이 있더라도 국민들로부터 불만이 나올 수 있다"고 말했다.
박 과장은 "법인세율 문제도 마찬가지다. 어느 사람은 부담이 늘고 어느 사람은 줄어들 수 있는데 논의단계에서는 가만히 있을 수 있지만 실제로 바뀌었을 때는 다를 수 있다"고 설명했다.
글로벌조세정책연구회 공동회장인 황춘섭 조세일보 대표이사(사진)는 "20대 총선의 화두가 '경제민주화'였고, 법인세 인상 공약 등 증세를 앞세운 야권이 승리하고 여당이 참패했다. 현재 야당은 물론 여당에서도 경제민주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며 "이를 감안할 때 법인세는 향후 오르는 방향으로 갈 가능성이 높아진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현재 추세를 볼 때 내년 대선에서도 증세문제가 화두가 될 것 같다. 하지만 총선과 대선은 다르다. 지난 18대 대선 결과에서도 나타났지만 역사적으로 증세문제를 언급한 축은 (대선에서)좋은 결과를 얻지 못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법인세율을 올리면 (우리나라의)투자 매력은 당연히 떨어지게 될 것"이라며 "제조업 기업 중 상당수가 매출대비 2~3% 이익을 바라보고 사업을 하고 있는데 법인세율을 현재보다 올린다면 가뜩이나 어려운 경영여건에 타격이 클 것"이라고 지적했다.
아울러 "법인세율을 포함한 조세정책의 방향과 관련해서는 '표'와는 전혀 관련이 없는 전문가들이 제 목소리를 내서라도 바람직한 방향으로 유도해 나가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글로벌조세정책연구회는 20대 국회의원 당선자들을 포함해 다수의 국회의원들을 특별회원으로 위촉했으며 내달 중 이들과 더불어 기획재정부 및 국세청 공직자(옵저버), 기업인들을 초청해 법인세 정책방향과 관련한 3차 토론회를 국회 등에서 개최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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