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영세사업자나 농어촌 주민 등에게 기본적인 세무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도입한 마을세무사가 제도 도입 4년 만에 빠르게 전국적으로, 다양한 계층 국민에게 확산되고 있다.
7일 행정안전부에 따르면 마을세무사 상담건수는 지난해 말 기준 9만9433건으로 10만건에 육박했다. 마을세무사 상담을 원하는 주민은 행안부 자치단체 세무사회 홈페이지 혹은 자치단체 민원창구와 읍면동 주민센터에 비치된 홍보자료 등을 통해 마을세무사 연락처를 확인하고 전화, 팩스, 전자우편 등을 통해 상담받을 수 있다. 2015년 서울시가 전국 최초로 마을세무사를 도입했고 행안부가 이를 받아들여 2016년 6월부터 본격적으로 전국에서 시행됐다. 2018년 말 기준 마을세무사로 위촉된 세무사는 1359명에 달한다.
마을세무사 제도를 만드는 데 기여한 구재이 세무사(전 한국세무사고시회 회장)는 "돈을 모아 불우이웃을 돕는 일을 하는 것도 의미 있지만 전문가로서 세무 지식을 활용해 국민에게 도움이 되는 길을 모색하다 마을세무사 제도를 기획하게 됐다"며 "2014년 말 박원순 서울시장에게 제안했는데 박 시장이 의견을 전격 수용해 서울시부터 도입하게 됐다"고 배경을 설명했다.
마을세무사의 상담 범위는 다양하다. 주로 집을 처분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양도세 혹은 증여세에 대한 문의가 많다. 이외에도 연말정산 시기 땐 소득세 관련 상담을 많이 하는 편이다. 기업 법인세 상담도 한다. 행안부에 따르면 부산시 강서구에 사는 개인사업자 A씨는 신설법인을 만들었는데 지방세특례법상 신설법인이 창업 후 4년 이내에 취득세 75%를, 3년 이내엔 재산세 100%를 감면받을 수 있다는 내용을 안내받고 3649만원을 감면받았다.
다만 현장에선 여전히 갈 길이 멀다는 지적도 나온다. 복수의 서울 자치구에서 활동한 한 마을세무사는 "강남, 서초 등 경제적으로 윤택한 지역에서는 고액 자산가들이 하루에도 한두 번씩 상담을 의뢰하는 데 반해 그렇지 않은 지역은 상담 의뢰를 한 달에 한 번 받기도 어렵다"며 "제도 취지에 부합하려면 저소득층이 많이 거주하는 지역에 마을세무사에 대한 홍보를 집중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노원구에서 활동하는 한 마을세무사는 "대부분이 전화상담으로 끝나고, 대면상담으로 이어지는 경우는 거의 없다"며 "양도소득세, 상속세, 증여세 등 전화상담만으로는 책임 있는 답변이 어려운 분야 질의가 많은 만큼 대면상담을 더 활성화할 수 있는 방안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행안부에 따르면 전체 상담 중 전화상담이 차지하는 비중이 73.6%에 달한다.
행안부는 고령화 여건을 고려해 세금 문제를 겪고 있는 어르신들을 대상으로 현장 방문 상담 서비스를 확대할 방침이다. 고규창 행안부 지방재정경제실장은 "아울러 지난해부터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는 지방자치단체 납세자보호관과 마을세무사를 연계시켜 주민이 세무상담뿐 아니라 지방세 관련 고충 민원도 함께 상담받을 수 있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 <용어 설명>▷ 마을세무사 : 세무사들의 재능기부를 통해 경제적 이유 등으로 세무 상담을 받기 어려운 주민에게 지방세와 국세 관련 세무 상담을 무료로 제공하는 제도.
[나현준 기자 / 최현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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