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일로 확정된 한승희 국세청장 후보자의 청문회가 무사히 끝나면 한 후보자는 나라 살림을 꾸려가는데 절대적으로 필요한 '재원'을 책임지는 2만명 국세청 직원들의 수장에 올라서게 된다.
어느 누구 하나 '세금'과는 연관이 없는 사람이 없을 정도로 국세청은 일반 국민이나 자영업자, 기업 등 경제활동을 하는 이들에게는 중요한 기관이지만 이런 막중한 임무를 수행하는 국세청에 대한 신뢰도는 그리 높지 않은 것이 현실이다.
지난 1월 한국조세재정연구원 박명호 선임연구위원이 발표한 '납세에 관한 일반 국민들의 인식 변화 분석'에 따르면 지난 2015년 11월 23일부터 12월 16일까지 총 2299명을 대상으로 국세청에 대한 신뢰도에 대해 설문조사를 한 결과, 43.9%가 부정적이라고 답했다.
국민 10명 중 4명은 국세청을 신뢰하지 않는 것이다.
조세일보(www.joseilbo.com)가 23일 시민단체, 경제단체, 교수 등 전문가 10명을 대상으로 '새 국세청장에게 바라는 점'에 대해 묻자 응답자 대부분이 국세청이 '권력기관에서 탈바꿈 해야 한다'는 의견을 피력했다.
김용원 참여연대 조세재정개혁센터 간사는 "국세청이란 기관 자체가 권력기관으로 보여지고 있다. 정부가 자신들의 성향이 맞지 않는 기업이나 개인에 대해 세무조사로 길들였던 경우가 있었다"며 "국민들은 국세청이 공정하지 않다고 생각하는데 원칙을 지키는 국세청이란 느낌을 국민들이 받을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훈 서울시립대 교수는 "국세청은 징수기관이기 때문에 그 역할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며 "국세청이 징수기관이 아니라 권력기관 역할을 했을 때 항상 문제가 됐었다. 징수기관이라는 역할에 충실하면 내부적으로도 안정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김상희 현대회계법인 공인회계사는 "실무현장에서 보면 납세자에게 국세청은 아직도 어렵고 무서운 곳으로 인식되고 있다"며 "새 국세청장은 정치적이고 권력지향주의적인 세무조사를 하지 않고 법과 원칙에 따라 공정하고 투명한 세무조사가 이뤄지도록 해야 한다"고 밝혔다.
권오인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경제정책팀장 역시 국세청 권력기관으로 보이는 대표적인 원인 중 하나인 세무조사 공정성에 대해 언급했다.
권 팀장은 "(세무조사 대상 선정 과정을 보면) 어쩌다가 타겟으로 삼아서 조사를 하는 경우가 많다"며 "고소득자의 탈세나 탈루에 대한 모니터링을 상시적으로 해서 세원을 발굴해서 과세를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지선 서울시립대 교수 역시 "세무조사를 받을 때 조사 대상 선정에 대해 신뢰를 하지 못하는 부분이 많다"고 지적했다.
정범식 중부지방세무사회장은 "한 후보자가 국세청장이 되면 사후조사나 사후검증보다는 사전안내 위주로 세정을 펼쳐줬으면 한다"는 바람을 나타내기도 했다.
[전문가 발언(가나다 순)]
□ 구재이 한국조세연구포럼 학회장
= 현 정부는 국민주권 정부이기 때문에 성실한 납세자들이 피해를 받지 않도록 납세자 친화적인 세정을 구축하는게 가장 중요하다. 탈세에 대해서는 엄정하게 과세하고, 행정 측면에서는 납세자들이 불편이 없도록 해나가야 할 것이다.
□ 권오인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경제정책팀장
= 조세정책 관련해서 국세청 혼자만으로는 한계가 있다. 기획재정부와 국회와 국세청이 같이 공조해서 조세형평성을 제고해야 한다. 최근에 계속 회자되고 있는 법인세 부분이나 소득세 최고세율 인상 문제 등도 국세청이 적극적으로 목소리를 내야 한다.
징세 부문에서는 모니터링을 충분히 해서 세원을 발굴해야 한다. (세무조사 대상 선정 과정을 보면) 어쩌다가 타겟을 정해 세무조사 하는게 많다. 고소득자의 탈세나 탈루에 대해 상시적인 모니터링이 필요하다. 모니터링을 하는 과정에서 세원이 발굴되면 과세를 하는 것이 맞다. 그동안 이런 부분이 부족했다.
□ 김경만 중소기업중앙회 경제정책본부장
= 고용투자세액공제 등 중소기업을 지원해주는 세제혜택의 일몰이 도래하고 있다. 고용투자세액공제는 일자리 창출과 관련됐기 때문에 신중하게 검토해서 계속 지원돼야 한다.
국세청이 일자리를 창출한 중소기업에 세무조사를 면제한다는 안은 좋지만 고용투자세액공제가 중소기업한테는 더 큰 인센티브다. 올해 일몰이 도래하는데 연장하는 방안을 적극적으로 검토해야 한다.
□ 김상희 현대회계법인 공인회계사
=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대선 과정에서 권력기관을 대개혁해 국가 시스템을 바로 잡고 공정한 나라의 기틀을 세우겠다고 국민들과 약속한 바 있다. 이를 위해 새로운 국세청장은 정치적이고 권력지향주의적인 세무조사를 하지 않고 법과 원칙에 따라 공정하고 투명한 세무조사가 이뤄질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또한 실무현장에서 보면 납세자에게 국세청은 아직도 어렵고 무서운 곳으로 인식되고 있으니, 납세자의 입장에서 세금이 억울하게 징수되거나 제대로 조력을 받지 못하는 일이 없도록 더욱 더 노력해야 한다.
□ 김용원 참여연대 조세재정개혁센터 간사
= 국세청이란 기관 자체가 권력기관으로 보이고 있다. 권력기관이란 말 자체가 정부 입장에서 자신들의 성향에 안 맞는 기업이나 개인을 조사 등으로 길들였던 경우를 뜻한다. 국민들은 국세청이 공정하지 않다는 감정을 갖고 있다. 새 정부를 맞이해서 국세청은 권력기관으로서 행동하기 보단 원칙에서 벗어나지 않는 국세청이란 느낌을 줘야 한다. 그러기 위해선 국세청이 탈세나 고액세금 체납자에 대해 단호하게 국세행정을 펼쳐야 한다.
국세청이란 기관 자체가 돈을 많이 버는 사람들한텐 세금을 언제 뗄 갈지 모른다는 불안감을 안겨주지만 시민들은 크게 생각하지는 않는다. 일반 국민들 삶에서는 국세청이란 존재를 많이 느끼지 못한다. 세제가 복잡하고 어려워서 국민들에게 쉽게 다가갈 수 있도록 눈높이 맞게 쉽게 세제를 풀어준다면 그것이 국민에게 다가가는 행정일 것이다.
□ 박훈 서울시립대 교수
= 국세청은 그 자체가 징수기관이기 때문에 국가 재정의 피(血)를 담당하고 있다. 국가를 움직이려면 돈이 필요한데 사람의 몸에 비교하면 그것이 피다. 그 피를 수혈할 수 있는 역할을 국세청이 하는 것이다.
그 역할에 초점을 맞춰서 해주면 좋을 것 같다. 국세청이 징수기관이 아니라 권력기관으로서 역할을 했을 때 항상 문제가 됐다. 권력기관이 아니라 징수기관으로서의 역할에 충실하면 내부적으로도 안정이 될 것이다.
□ 안창남 강남대 교수
= 새로운 국세청장은 정치적 외압에서 벗어나야 한다. 더 이상 권력자에게 휘둘리는 세무조사는 하지 말아야 한다.
□ 정범식 중부지방세무사회장
= 전임인 임환수 국세청장은 조사국 출신이지만 조사보다는 사전안내에 집중해 역대 최고의 세수를 올렸다. 한승희 후보자도 마찬가지로 조사국 출신이다. 한 후보자가 국세청장이 되더라도 전임과 마찬가지로 사후조사나 검증보다는 사전안내 위주로 세정을 해줬으면 좋겠다.
□ 정지선 서울시립대 교수
= 세무조사를 받을 때 조사 대상을 잘 선정하는지에 대해 신뢰를 못 하는 부분이 많다. 세무조사 대상을 선정할 때 객관성 확보해야 한다. 근로소득자의 연말정산이 소득공제에서 세액공제 전환돼서 근로자들의 박탈감이 심하다. 이 박탈감을 해소해주기 위해 고소득·자영업자에 대한 세원관리를 잘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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