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일 새로운 정부가 출범했다.
새로 출범한 정부는 경기활성화, 저출산 고령화, 청년 실업, 일자리 문제, 사회취약 계층 지원, 소득 양극화 문제 등 해결해야 할 과제가 그야말로 산더미다.
경기를 활성화하기 위해 추경예산을 편성하고 저출산 극복을 위해 보육정책을 확대하고 청년실업 문제 해소를 위해 일자리를 만들고 취약계층을 지원하기 위해 필요한 것은 '돈'이다. 국가가 돈을 조달하는 1차적 방법은 '세금'이다.
세금을 조달하기 위해서는 세원을 안정적으로 확보해야 하고, 이를 위해서는 조세정책을 어떻게 수립하느냐가 대단히 중요하다.
문재인 대통령을 비롯해 낙선한 대선후보들의 공약에서 볼 수 있듯이 대부분 소득세와 법인세 인상, 비과세·감면 정비 등 공약 이행에 필요한 재원을 확보하기 위해 이런 저런 조세정책을 내놨고 국민들은 소득세와 법인세 인상을 공약한 문 대통령을 선택했다.
국가의 백년지대계를 좌우할 수 있는 조세정책.
조세전문가들은 문 대통령에게 어떤 조세정책을 원하고 있을까?
조세일보(www.joseilbo.com)가 10일 조세일보 글로벌조세정책연구회원 등을 포함해 조세전문가 20명에게 '새 대통령에게 바라는 조세정책'에 대해 물어본 결과, 법인세 인상에 대해선 전문가들의 의견이 찬성과 반대로 극명하게 나뉘었으며 근로소득 면세자 비율을 축소해야 한다는 의견에는 대부분 동의했다.
법인세 논쟁 포인트는 '경기활성화 VS 복지재원 마련'
대선 과정에서도 법인세 인상 여부는 경제 정책의 핵심 쟁점이었다. 재계에서는 가뜩이나 경기도 좋지 않은데 법인세 인상은 경기활성화에 찬물을 끼얹는다며 난색을 표했고 반대편에서는 복지 재원 마련과 다른 나라에 비해 낮은 조세부담률을 높여야 한다며 법인세 인상에 찬성했다.
설문에 참여한 조세전문가 20명 역시 법인세 인상과 인하를 놓고 비슷한 논리도 팽팽히 맞섰다.
강석구 대한상공회의소 기업정책팀장은 경제성장에 세율 인상이 부정정인 영향을 미친다고 우려했다. 강 팀장은 "법인세 인상은 최후 수단이고 세율 인상은 지양해줬으면 좋겠다. 법인세율 인상은 타 세목보다 영향을 많이 미친다"고 밝혔다.
강성원 전 한국공인회계사회장 역시 법인세 인상에 부정적이었다. 강 전 회장은 "법인세율을 현재보다 낮추는 방향으로 기업을 활성화시켜야 한다. 그러면 일자리도 생기고 세수도 더 걷을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경근 법무법인 율촌 조세자문부문장은 "경기가 좋지 않아 투자와 소비가 활성화되지 않고 있다"며 "경제운용을 '비즈니스 프렌들리'로 가져가야 한다. 조세정책도 기업활동을 활성화 할 수 있는 방향으로 추진하는 것이 좋다"고 밝혔다.
정범식 중부지방세무사회장은 해외 기업 유치를 위해 법인세율을 낮춰야 한다고 주장했고 홍기용 한국납세자연합회장(인천대 교수)은 "세율을 올려서 세수를 확보하려는 것도 중요하지만 경기를 살려서 세수를 늘리는 것이 정답"이라며 법인세는 만지지 말아야 한다. 법인세는 국제경쟁과 관련되어 있다"고 강조했다.
반면 법인세 인상을 찬성하는 전문가들은 복지재원 마련을 위한 증세는 꼭 필요하며 이를 위한 구체적인 계획이 뒷받침 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반면 오문성 한양여대 교수는 "증세를 하려면 구체적인 수치를 제시하고 합의 과정을 거쳐야 한다"며 "우선순위는 법인세 실효세율 인상, 소득세율 및 상속세 및 증여세율 인상, 법인세 명목세율 인상 등의 순서로 검토해야 한다"고 밝혔다.
신상철 중소기업중앙회 선임연구위원은 "복지부담이 커지고 있고 이에 따라 재정부담이 필요하다"며 "우리나라는 조세부담률이 국제적인 수준보다 떨어져 있는 상태이기 때문에 증세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증세 방향에 대해선 직접세보다는 간접세 비중이 높으니까 직접세를 조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주영섭 안진회계법인 고문 역시 "우리나라가 저출산 노령화 사회로 가고 있고 소득의 양극화 현상이 심하기 때문에 사회보장 제도가 확대돼야 한다"며 "조세 비중이 현재보다 더 높아야 한다. 세율을 높여갈 수밖에 없다"고 증세에 찬성했다.
박기백 서울시립대 교수는 법인세 인상을 주장하면서도 인상 시기를 놓쳤다는 의견을 내놨다.
박 교수는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법인세율을 파격적으로 인하했기 때문에 법인세 인상은 놓쳤다. 세제는 타이밍이 중요하다"며 "미국발로 대규모 감세정책이 왔기 때문에 우리나라가 역행해서 법인세율을 높이기는 어렵다. 법인세 인상보다는 과거 인하했던 부분에 대한 회귀 정도로 가야 한다"고 말했다.
정지선 서울시립대 교수는 중립적인 입장이었다. 정 교수는 "확실한 세수확보 대책이 필요하다. 공약을 이행하려면 현 세수 구조로는 불가능하다"면서도 "소득세율을 올리는 것도 지난해에 이미 올렸기 때문에 쉽지 않고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법인세율을 인하한다고 하는 상황에서 우리나라만 인상하는 것도 쉽지 않을 것"이라고 토로했다.
"근로자 면세비율 낮추고, 국민개세주의 복원"
이번 대선에서 핫이슈였던 '증세' 외에 전문가들이 문 대통령에게 바라는 조세정책은 지나치게 낮은 근로자 면세비율을 낮추고 모든 국민은 세금을 내야 한다는 뜻의 국민개세주의(國民皆稅主義) 실현이었다.
근로자 면세비율은 48%로 근로자 10명 중 5명이 세금을 내지 않고 있다. 전문가들은 증세를 하기에 앞서 이런 불공평성을 해소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백운찬 한국세무사회장은 각종 과세에 있어서 납세자의 부담능력에 맞게 공평한 과세를 해야 한다는 뜻의 '응능부담(應能負擔)'의 원칙이 실현되어야 한다고 주장했으며 소순무 법무법인 율촌 변호사 역시 근로소득 면세자를 축소해야한다고 강조했다.
박기백 교수는 "특정 소득이나 재산을 가진 사람으로만 타겟으로 증세를 하면 국민들의 동의를 얻기 어렵다"며 "증세를 한다면 국민 전체적으로 세 부담 늘어나면서 있는 사람이 좀 더 부담하는 식으로 증세해야 한다"고 동조했다.
김상희 현대회계법인 회계사는 "자본소득에 대한 과세 체계를 정비해 조세의 소득재분배 기능을 강화하고, 과세 사각지대를 줄여 세입기반을 확충해나가는 노력이 필요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밖에 전문가들은 과도한 상속세 부담을 완화해달러간 업무용 승용차에 대한 규제 폐지, 근로자와 사업자 간의 불공평성 해소, 비과세·감면 정비 등을 새 정부에 바라는 조세정책으로 꼽았다.
[전문가 발언 전문(가나다 순)]
□ 강석구 대한상공회의소 기업정책팀장
= 법인세 인상은 최후 수단이고 세율 인상은 지양해줬으면 좋겠다. 세율 인상이 경제성장에는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이는 전 세목에 동일한 것이지만 법인세의 세율인상은 타 세목보다 영향을 많이 미친다.
비과세·감면 축소는 조세 원칙상으로는 맞지만 미래 먹거리에 대해선 인센티브를 줘야 한다. 다른 나라에 비해서 면세자 비율이 높아서 세원을 넓히는 등 세원 발굴도 차기 정부에서 고민해야 한다. 적은 소득이라도 소득이 있다면 세금 내도록 하는 것이 조세 원칙에 맞다.
□ 강성원 전 한국공인회계사회장
= 법인세율을 현재보다 낮추는 방향으로 기업을 활성화시켜야 한다. 그러면 일자리도 생기고 세수도 더 걷을 수 있다.
□ 구상수 법무법인 지평 회계사
= 가업상속을 하는 중소기업들이 많이 있다. 하지만 규제로 인해 승계가 쉽지 않아 M&A를 당하거나 기업이 공중분해되는 경우들이 있다. 그렇게 되면 유관 업종들이 같이 무너진다. 일자리를 지키기 위해서라도 가업상속 및 승계 규제를 완화해달라.
□ 구재이 한국조세연구포럼 회장
= 비과세·감면이 더 이상 필요하지 않은 부분을 제대로 정비해야 한다.
□ 김상희 현대회계법인 회계사
= 새로운 정부는 심화된 소득양극화를 해소하고, 저출산·고령화 등의 미래 조세환경 변화에도 대응해야 할 것입니다. 이를 위해 자본소득에 대한 과세 체계를 정비해 조세의 소득재분배 기능을 강화하고, 과세 사각지대를 줄여 세입기반을 확충해나가는 노력이 필요할 것입니다.
□ 박기백 서울시립대 교수
= 조세정책이 명확해야 한다. 재원조달 계획이 정확하게 숫자화 돼야 한다.
증세를 하지 않으면 어렵다. 어떤 세금을 늘려야 할 지 보여줘야 한다. 증세의 우선순위는 소득세와 재산세이다. 이 부분은 늘릴 필요가 있고 소비세제는 마지막 보루로 둬야 한다.
증세를 했을 땐 세금에 대한 저항이 있는데 특정 소득이나 재산 가진 사람으로만 타겟으로 하면 국민들의 동의를 얻기 어렵다. 증세를 한다면 국민 전체적으로 세 부담 늘어나면서 있는 사람이 좀 더 부담하는 식으로 증세해야 한다.
법인세율은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파격적으로 인하했기 때문에 기업들이 그 쪽으로 빨려들어갈 것이다. 세제는 타이밍이 굉장히 중요하다. 사실 법인세 인상은 놓쳤다. 미국발로 대규모 감세정책이 왔기 때문에 우리나라가 역행해서 법인세율을 높이기는 어렵다. 법인세 인상보다는 과거 인하했던 부분에 대한 회귀 정도로 가야 한다.
□ 백운찬 한국세무사회장
= 첫째, 국가 경쟁력을 강화할 수 있어야 한다. 둘째, 국민 복지를 구현할 수 있는 세제여야 한다. 셋째, 응능부담의 원칙이 실현되는 세제가 돼야 한다.
□ 소순무 법무법인 율촌 변호사
근로소득 면세자를 축소해야한다. 기부관련 세제도 개선해야하며, 고액납세자 마일리지 제도도 도입해야 한다. 아울러 재정을 방만하게 운용한 지자체는 파산하도록 하는 제도도 도입할 필요가 있다.
□ 신상철 중소기업중앙회 선임연구위원
= 복지부담이 커지고 있고 이에 따라 재정부담이 필요하다. 우리나라는 조세부담률이 국제적인 수준보다 떨어져 있는 상태이기 때문에 증세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증세 방향에 대해선 직접세보다는 간접세 비중이 높으니까 직접세를 조정해야 한다.
□ 신학순 세원세무법인 대표세무사
= 전반적으로 까다로운 상속세 규제를 완화해줬으면 한다.
□ 안창남 강남대 교수
=국가 재정건전성을 정책 최우선 순위로 두고 복지를 해야 한다.
□ 안치성 한국관세사회장
= 관세법인 설립요건 완화, 관세사 합동사무소 확대 방안 등이 담긴 관세사법 개정안이 통과되어야 한다.
□ 오문성 한양여대 교수
= 증세를 하려면 구체적인 수치를 제시하고 합의 과정을 거쳐야 한다. 각각의 세목의 성격과 그 시기적 특성을 고려하여 증세를 하기에 적합한 세목의 우선순위에 대해 기준을 가지고 있어야 한다. 우선순위는 법인세 실효세율 인상, 소득세율 및 상속세 및 증여세율 인상, 법인세 명목세율 인상 등의 순서로 검토해야 한다.
소득세의 면세자 비율을 낮추고 주식양도차익에 대한 과세는 과세대상 대주주의 범위를 순차적으로 확장해 나가고 그 세율도 종합소득기본세율을 적용해 나가는 등 누진세율의 구조에 포함시키는 것을 고려해야 한다.
부가가치세율은 외국에 비해 낮지만 세율 인상은 물가에 미칠 충격을 고려해 신중하게 논의해야 한다.
□ 이경근 법무법인 율촌 조세자문부문장
= 경기가 좋지 않아 투자와 소비가 활성화되지 않고 있다. 세계적으로는 경기가 좋아졌는데 우리나라는 불확실성이나 여러 이유로 투자와 소비가 활성화되지 않았다. 새 정부가 들어서면 이를 적극 유도해야 한다. 전 세계적인 경기 상승세를 기업들이 잘 활용할 수 있도록 경제운용을 '비즈니스 프렌들리'로 가져가야 한다. 조세정책도 기업활동을 활성화 할 수 있는 방향으로 추진하는 것이 좋다.
그동안 소득세 등 계속 세율을 올려왔다. 추가적으로 더 올린다면 국민들이 결국 '돈 벌어서 뭐하냐'는 식의 생각을 할 수 있다. 근로의욕도 꺾을 수도 있기 때문에 세 부담과 세율을 올리는 것에 대해서 지나치게 빨리 손을 대려고 하면 안 된다. 세율인상에 대한 당위성이 있을 때 마지막 수단으로 활용해야 한다.
□ 이동기 한국세무사고시회장
= 세법을 너무 정치적 목적으로 자주 바꾸지 않았으면 좋겠다. 조세논리에 맞게, 예측가능하게 했으면 한다. 5년 이상 중장기적인 세법개정이 되어야 한다.
□ 이종탁 한국세무사회 부회장
= 업무용 승용차 규제도 폐지해야 한다. 폐지가 안된다면 2000만원 이하 비용은 업무일지에 쓰지 않도록 하는 방향이 바람직할 것이다.
□ 정범식 중부지방세무사회장
= 해외 기업 유치를 위해 법인세율을 낮춰야 한다. 법인세율이 높으면 해외 기업들이 투자를 하려 들지 않고, 국내 기업들도 해외로 유출된다.
현실과 맞지 않는 업무용 승용차 관련 세법상 규제를 폐지해야 한다. 어차피 비업무용 차량일 경우 비용인정이 되지 않기 때문에 추가적인 규제가 있을 필요는 없다.
□ 정지선 서울시립대 교수
= 확실한 세수확보 대책이 필요하다. 공약을 이행하려면 현 세수 구조로는 불가능할 것 같다.
소득세율 올리는 것도 지난해에 이미 올렸기 때문에 쉽지 않고,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법인세율 인하한다고 하는 상황에서 우리나라만 인상하는 것도 쉽지 않을 것이다. 그렇다고 부가가치세를 올리자니 경기도 안 좋은 상황에서 물가 상승 우려가 있어 답답하다.
가장 중요한 것은 근로소득자들이 박탈감을 느끼는 사업소득자들과의 형평성 문제다. 근로소득자들을 보고 유리지갑이라고도 하지 않나. 일반 서민 근로자들에게 가장 시급하게 와닿는 부분이 그 부분인만큼 우선적으로 해결이 돼야 한다.
□ 주영섭 안진회계법인 고문
= 우리나라가 저출산 노령화 사회로 가고 있고 소득의 양극화 현상이 심하기 때문에 사회보장 제도가 확대돼야 한다. 그러기 위해선 조세 비중이 현재보다 더 높아야 한다. 세율을 높여갈 수밖에 없다. 앞으로 중장기적으로 세 부담을 높이는 현실적인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대선 후보들이 복지를 말하면서 재원조달 방안은 비현실적이다. 아껴쓰는 등 재정지출을 효율적으로 정비하고 비과세·감면을 축소해서 재원을 확보하겠다고 하는데 그것가지고는 어렵다. 앞으로 늘어난 복지에 걸맞는 세 부담 증대도 실행이 돼야 한다.
□ 홍기용 한국납세자연합회장(인천대 교수)
= 세금을 통해서 모든 것을 해결하려는 것은 쉽지 않다. 세율을 올려서 세수를 확보하려는 것도 중요하지만 경기를 살려서 세수를 늘리는 것이 정답이다. 세금을 올리는 것을 세율을 올린다는 개념으로 하는 것보단 경기를 살리는 것이 궁극적인 세수 증대방안이다.
특히 법인세는 만지지 말아야 한다. 법인세는 국제경쟁과 관련되어 있다. 독자적인 생각은 버려야 한다. 국제적으로 연관된 세금은 우리만 올려서 되는 것이 아니다. 함부로 법인세를 올리는 것은 안 된다. 법인세 인상은 제한적 의미에서 썼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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