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세청과 지방자치단체로 이원화되어 있는 지방소득세의 세무조사 권한을 국세청으로 일원화하자는 법안이 추진되고 있는 가운데, 각계 전문가들이 모여 세무조사 일원화 필요성에 대한 갑론을박을 벌였다.
더불어민주당 백재현 의원, 서울특별시, 한국세무사고시회는 10일 국회 의원회관 제2세미나실에서 '세무조사 일원화, 과연 필요한가?'를 주제로 세법개정 정책토론회를 진행했다.
이날 토론회는 박훈 서울시립대 교수의 사회로 진행됐으며, 허원 고려사이버대 교수가 '지방소득세 세무조사의 합리적 보완방향'을 주제로 발제를 했다.
토론 패널로는 최훈 행정자치부 지방세제정책관, 안택순 기획재정부 조세총괄정책관, 김홍환 대한민국 시도지사 협의회 정책연구센터장, 이상범 전국 시장군수구청장 협의회 선임전문위원, 이동기 한국세무사고시회 부회장, 김선택 한국납세자연맹 회장이 참석해 의견을 개진했다.
이날 토론회에서는 새누리당 조경태 국회 기획재정위원장, 국민의당 김관영 원내수석부대표, 구재이 세무사고시회장이 참석했다.
허원 교수 "지자체 세무조사, 국세청과 협의 거쳐야"
이날 발제자로 나선 허원 교수는 지방소득세 독립세 전환의 취지에 따라 지자체가 세무조사권을 가지는 것은 바람직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단 지자체가 세무조사를 남용하지 않고, 납세자에 대한 중복세무조사로 불편을 초래하지 않도록 국세청과 협의를 거쳐야 한다고 주장했다.
허 교수는 "2014년부터 주택유상거래에 대한 취득세율 인하에 따라 세수보전과 지자체의 세수확충을 위해 도입된 독립세 방식의 지방소득세가 그 취지를 살리려면 지자체에 세무조사권을 주지 않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말했다.
이어 "객관적이고 공정한 세무조사가 될 수 있도록 국세청과 협조를 위한 세무조사협의회와 세무조사대상자선정위원회 등을 구축하고 과세자료를 공유해야 한다"며 "또한 세무조사대상자 선정위원회 내에 국세청 인력이 참가하고, 세무조사협의회에서 중복세무조사를 방지하기 위한 자료 공유 등에 대해 행정적 협의를 수행토록 해야한다"고 밝혔다.
그는 "납세자의 불편을 해소하기 위해 신고자료는 세무서장에게만 제출하도록 하고, 지자체장은 세무서에 신고된 자료를 활용하는 일본 방식의 신고절차를 도입할 필요가 있다"고 전했다.
허 교수는 "중복세무조사 방지를 위해서는 국세청과 지자체가 5년 이내에 동일한 납세자에 대해 상호 세무조사를 금지하도록 하고, 당해 연도에는 세무조사 대상자 선정시에 중복 여부를 협의하도록 지방세기본법을 개정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어 "지자체간에도 중복세무조사가 되지 않도록 17개 광역자치단체장이 본점, 주소지 관할 자치단체장이 세무조사를 하고, 사업장 관할 지자체장은 세무조사에 참여하거나 그 조사결과를 공유하도록 해야한다"며 "특별시나 광역시에서는 구청장에게 위임된 부과징수권을 환수하고, 도 지역에서는 시장, 군수가 도지사에게 세무조사의 사무위탁을 하도록 법 개정을 해야한다"고 주장했다.
전문가들 "지자체 세무조사권 동의…부작용은 제도적으로 해결"
이날 토론회에 패널로 참석한 전문가들은 과세자주권을 위해 지자체 세무조사권을 유지하는데는 동의했다.
다만 중복세무조사로 인한 납세자 불편, 지자체장에 의한 세무조사권의 정치적 남용 등의 문제점은 제도적인 보완으로 해결해야 한다는 입장을 보였다.
김홍환 센터장은 "지자체가 운영되기 위해서는 지방재정 확보는 반드시 필요하며 그 수단으로 가장 바람직한 것이 지방세다. 그리고 과세관청이 세무조사를 하고 과표를 결정하는 것은 너무나 당연한 것"이라며 "지방소득세 제도운영에 있어서도 지자체의 권한을 보장해야하며, 단순한 문제는 단순제도 개선을 통해 해결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최근 상공회의소 등 기업단체에서는 중복 세무조사의 부담을 이유로 지방소득세에 대한 세무조사와 신고의 적정성 여부를 판단하는 것까지도 제한해달라고 정부에 요구했다"고 말했다.
김 센터장은 "다만 세무조사결과에 대한 중복은 다소 문제로 지적될 수 있다"며 "이러한 경우를 막기 위해 지자체가 세무조사를 실시한 경우에 국세청에 조사결과를 통보하고 경정을 요청하도록 하며, 국세청이 경정한 과표를 각 지자체가 받아들이도록 한다면 과세관청에 따라 과표가 달리 적용되는 문제는 해결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이상범 선임전문위원은 "지방의 과세자주권을 침해하는 지방소득세 과세조사권 및 과표 결정 경정권의 국세청 일원화 방안에 대해 반대한다"며 "기업단체 압력으로 세무조사 일원화를 하는 것은 과세자주권 침해이며, 정부도 지방과 협의없이 일방적으로 세무조사 일원화를 추진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중앙과 지방이 충분히 논의해 세무조사 중복 과대문제를 조정할 협의기구를 마련할 필요가 있다"며 "중복조사 방지를 위한 법령, 제도 정비에 동의한다. 다만 지방소득세 세무조사 권한을 광역지자체로 위임하는 방안은 지방 과세자주권 측면에서 바람직하지 않다"고 말했다.
이동기 부회장은 "독립세화한 지방소득세의 입법취지를 생각해서 세무조사 일원화 주장 전에 다른 대안을 모색하는 것이 바람직하지만, 현실적으로 그런 것이 쉽지 않다"며 "때문에 차라리 과거 부가세(Sur-tax)방식과 유사하게 과세표준 이전 단계는 지방세법에서 아예 손을 못대게 하고 세율이나 공제감면 등만 지방세법에서 규정하면 법리에 맞으면서도 세무조사 일원화와 같은 효과가 있지 않을까"라고 제안했다.
김선택 한국납세자연맹 회장은 "기업인에게 세무조사는 가장 큰 리스크"라며 "지자체가 세무조사권을 갖는 것은 지자체장들이 국세청과 같이 무소불위의 세무조사 권력을 가져 기업 위에 군림하려는 시도로 보일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국세청 법인세 세무조사에 대해 지자체 세무공무원이 참여해 국세청 세무조사를 견제하고 참여하는 방법도 생각해볼 수 있다"고 밝혔다.
행자부vs기재부, '세무조사 일원화' 놓고 이견
행자부와 기재부 관계자는 세무조사 일원화를 보는 시각에서 약간의 차이를 보였다.
행자부는 기존 지자체 세무조사권을 유지하되 국세청과의 과세정보 공유 등을 통해 문제점을 보완해야한다는 입장을 보였다. 반면 기재부는 세무조사 및 과세표준 권한을 국세청으로 일원화하는 것이 근본적인 문제 해결을 위한 최선의 방안이라도 밝혔다.
최훈 행자부 정책관은 "지자체의 과세자주권은 당연한 권리이고 지방자치 측면에서 중요하다는 점은 공감한다"며 "다만 세무조사 일원화로 보호되는 납세자의 권리 및 사회 경제적 비용 절감도 중요하다고 판단된다"고 밝혔다.
그는 "따라서 자치단체는 세무조사가 필요한 경우 직접 조사하지 않고 국세청에 과세표준 결정·경정을 요청해 국세청의 세무조사 및 결정·경정 결과를 공유하는 방식으로 세무조사 창구를 단일화할 필요가 있다고 보인다"고 전했다.
이어 "행정 효율성, 조세체계의 통일성 등을 고려해 지방소득세 과세표준 산정에 대해 국세청으로 일원화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판단된다"고 말했다.
안택순 기재부 조세총괄정책관은 "현행 제도는 중복 세무조사로 납세자의 조사협력비용이 급증하고 있으며, 특히 조사대응능력이 약한 지방 중소기업 및 영세 자영업자에 대한 심각한 타격으로 작용해 지역경제 활성화에 역행한다"고 밝혔다.
이어 "국세청과 다수 지자체간에 과세표준 결정이 상이해 과세표준 확정이 불가능하고 조세법률관계가 불안정해지며 기존 조세불복 절차를 통한 효율적 권리구제가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전했다.
안 정책관은 "우리나라와 같이 국세, 지방소득세 간 과세표준을 공유하는 일본, 캐나다, 스웨덴, 노르웨이 등은 대부분 납세자 부담 및 조세행정 통일성을 감안해 중앙정부에서 일괄 세무조사를 하고 있다"며 "따라서 세무조사 및 과세표준 확정 권한을 국세청으로 일원화하는 것이 문제의 근본적인 해결을 위한 최선의 방안"이라고 주장했다.
'세무조사 일원화' 지자체 관계자들 거센 반대
한편 이날 토론회에 방청객으로 참석했던 일부 지자체 관계자는 세무조사 일원화 주장에 대해 거친 표현을 사용해가며 반대의사를 밝혔다.
경기도청에 근무하고 있다고 밝힌 한 관계자는 "지자체가 세무조사를 할 역량이 떨어진다는 말이 귀에 거슬린다"며 "지방공무원들도 높은 경쟁률을 뚫고 공채시험을 통과해 들어오기 때문에 세무교육을 한다면 금방 (국세청 수준을) 따라잡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취득세 세율인하 대책으로 나온 것이 지방소득세 독립세화인데, 사실 취득세 인하로 인한 세수감소를 벌충하는 정도이기 때문에 크게 지방재정에 도움된다는 생각은 안든다"며 "이런 토론이 2~3년간 지속되어오고 있는데 이제는 좀 안했으면 좋겠다. (지자체 세무조사권이) 너무 정책적으로 이용될 것이라는 색안경을 끼고 바라보지 마시고 대한민국이 잘되는 방향으로 공생하고 협업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서울시청 관계자는 "지방세에만 적용되는 비과세 감면으로 인해 국세청 과세표준과 당연히 다르게 나올수밖에 없다"며 "그런데 단칼로 일원화한다고 하니 우리 입장에서는 아쉽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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