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경숙 의원, ‘국세청 2018년 부과 현황’ 분석

국토교통부의 ‘2017년도 주거실태조사’ 자료를 보면 서울시의 주택보급률은 96.3%에 달하지만 자가보유율은 전국 평균(61.1%)보다 크게 낮은 48.3%에 그치고 있다. 연합뉴스
3만200여명 집계…전년보다 1653명 늘고 세액은 37억 줄어
개인별 과세 허점 ‘공동명의’ 등 세금회피 전략 가능성 제기
2018년 주택을 10채 넘게 보유하면서 종합부동산세를 낸 다주택자가 1600명 넘게 늘었지만 이들에게 부과된 종합부동산세액은 30억원 넘게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공동명의나 증여 등을 통해 1인당 주택 수를 줄였거나 임대사업자로 등록해 장기임대주택을 종부세 부과대상에서 제외받은 데 따른 결과일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16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소속 양경숙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국세청에서 받은 ‘2017~2018년 주택분 종합부동산세(개인+법인) 보유주택수별 결정 현황’ 자료를 분석해 보니, 2018년 종부세 납부자 중 집을 10채 이상 보유한 개인과 법인은 3만200여명으로 전년(2만8547명)보다 1653명이 늘었다. 하지만 부과된 종부세액은 1222억8600만원으로 전년(1259억6400만원)보다 36억7800만원이 감소했다. 종부세 과세 대상 인원수는 전년보다 5.8% 늘었는데 정작 부과된 종부세액은 2.9% 감소했다는 의미다.
이 기간 종부세율이 변하지 않았고 주택가격은 상승했다는 것을 감안할 때 다주택자들의 적극적인 세금회피 전략의 결과물일 가능성이 있다고 양 의원실은 분석했다. 예를 들어 다주택을 공동명의로 전환하는 방식이 있을 수 있다. 공동명의로 하면 보유한 총 주택가격에 대한 기본공제(다주택자 개인 6억원)를 명의자 수별로 받을 수 있다. 공동명의로 통계상 다주택자에 포함되는 인원은 늘지만, 기본공제액 증가로 종부세 과세표준상 주택가액과 적용 세율이 낮아져 세부담을 줄일 수 있다는 것이다.
다주택자들의 주택 증여도 의심해볼 수 있다. 한 개인이 갖고 있던 60채(120억원)의 주택을 두 자녀에게 20채(40억원)씩 증여하면, 종부세 적용률(2018년 기준)을 2.0%(94억원 초과 시)에서 1.0%(12억~50억원)로 떨어트려 종부세 중과 부담을 덜 수 있다는 것이다. 다만 기획재정부 관계자는 “증여세 부담이 큰 점을 감안하면 10채 넘는 주택을 증여한 요인은 크지 않을 것 같다”고 말했다.
다주택자가 증가하면서도 세액은 감소하는 현상이 가능한 뒷배경에는 ‘인별 과세’ 체계가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2008년 헌법재판소가 종부세의 세대별 합산 과세를 위헌으로 결정하면서 2009년부터 인별 과세로 전환됐다.
양 의원실 관계자는 “개인을 대상으로 종부세를 부과하는 제도 아래서 세금을 피하는 방법이 고도화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며 “가구별 합산은 위헌인 만큼 인별과세를 유지하면서도 세금회피를 막는 방안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2017년 말 정부의 등록임대 활성화 정책으로 이듬해 신규 등록 임대사업자가 전년 대비 2.5배가량 크게 늘어난 것이 당시 10채 초과 다주택자 종부세 감소와 연관돼 있다는 지적도 있다. 임대사업자로 전환한 다주택자들이 임대 기간 8년 이상인 주택을 종부세 합산에서 제외받아 세제 혜택을 누렸다는 것이다. 구재이 세무사는 “다주택자에 대한 종부세 강화 취지에 맞춰 장기임대주택의 종부세 합산 배제를 없애야 한다”고 말했다.
국토교통부의 ‘2017년도 주거실태조사’ 자료를 보면 서울시의 주택보급률은 96.3%에 달하지만 자가보유율은 48.3%로 전국 평균(61.1%)에 크게 못 미치고 있다. 서울의 주택난은 소수의 다주택자들이 많은 주택을 보유하고 있는 것도 원인으로 분석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