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국세행정 TF 권고 따라 세법개정 추진…조세회피 사전신고 유보
문재인 대통령이 최근 재벌들의 해외 은닉재산 추적을 강조한 가운데, 은닉재산이 발견될 경우 이에 대한 소명 의무와 제재를 강화하는 법 개정안을 정부가 검토하고 있다. 은닉재산의 자금 출처를 제대로 설명하지 못할 경우 이중의 과태료를 부과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17일 정부 관계자들에 따르면, 국세청과 기획재정부는 최근 역외거래에 대한 납세자의 소명 의무를 강화하고 해외자산·거래에 대한 보고 의무를 확대하는 내용의 세법개정안을 검토하고 있다.
앞서 지난 1월 국세청 관계자와 민간위원들로 이뤄진 ‘국세행정 태스크포스(TF)’는 과세인프라 확충, 탈세 대응 강화를 위한 제도적 개선안을 마련하고 정부에 권고한 바 있다.
정부는 이 중 장·단기 과제를 구별해 실행하는 절차에 착수했으며, 일부 안들은 세법개정을 목표로 기재부에 안건이 올라간 상태다.
현재 본격적으로 검토되고 있는 안건 중 하나는 해외자산·거래에 대한 보고 의무 확대 방안이다. 앞서 국세행정TF는 현재 개인에게만 부여된 해외 미신고계좌에 대한 자금출처 소명 의무를 법인으로도 확대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또 신고하지 않은 해외자산이 적발되고, 제대로 소명이 이뤄지지 않을 경우 미신고 과태료에 추가적인 과태료까지 물리게 하는 방안 등을 제안했다. 국세청 관계자는 “TF가 권고한 사항인 만큼 법 개정을 적극적으로 추진했다”며 “다만 최종 개정 방향은 기재부가 결정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TF 논의 당시 관심을 모은 ‘조세회피거래 사전 신고제도’는 실현되기까지 다소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이 제도는 고액의 조세회피 전략을 자문한 로펌이나 회계법인 등에 그 내용을 과세당국에 신고토록 하는 의무를 부여하는 제도다. 미국과 영국 등 6개국이 도입했으나, 기업경영의 자유를 침해할 우려가 있다는 지적도 나왔다.
국세청은 논란의 소지가 있어 추가적인 연구가 필요하다고 판단했으며, 이에 따라 연구기관에 용역을 맡긴 것으로 전해졌다.
TF의 당초 권고안에는 포함되지 않았지만, 기재부 차원에서는 ‘특정외국법인 유보소득 합산과세제도’(CFC)의 강화 여부도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제도는 해외 자회사에서 발생한 소득을 들여오지 않고 유보해 세금을 회피하는 사례를 막기 위한 것으로, 관련 소득을 본국에 배당한 것으로 보고 과세하는 제도다. 하지만 제도 적용에 사각이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정부는 관련 연구용역을 맡긴 뒤 제도 개선 여부를 최종 판단할 예정이다.
TF에 참여한 구재이 세무사는 “최근 조세회피나 해외재산 은닉 문제에 대한 사회적 관심은 높아졌으나 제도적 사각지대가 컸고, 이를 개선하기 위한 법안도 제대로 처리되지 않았다”며 “향후 입법을 통해 실효성 있는 규정을 만드는 작업이 매우 중요하다”고 말했다.
* 기사원문보기:
https://www.khan.co.kr/economy/economy-general/article/201805171718001